주최: 한국비교문학회

후원: 플라톤아카데미, 성균관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시일과 장소: 2013년 7월 12일 금요일. 성균관대학교 퇴계인문관 31311호

취지:

한국어로 ‘덕’이라고 번역되는 영어 virtue는 라틴어로 virtu이며, 그 어원은 그리스어 arete에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도덕이라는 주제는, 아테네의 번영과 인구증가, 교통발달에 따른 새로운 도덕, 지자(Sophist)에의 요청과 관계되어 있다. 대체로 소피스트들의 지가 자기중심적인 독선으로 비판된 시점과 탁월함의 '덕성'화는 겹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Arete=덕으로서의 ‘지(知)’는 우선 자기중심적인 ‘힘’의 발휘나 ‘용기’를 의미했지만, 소크라테스에게 탁월함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에 의한 공존공생으로 나아가는 문명사회의 덕을 뜻했다. 어떤 의미에서 예술비평은 전인류적인 애지(philosophia)로서 철학이 존재하듯이, 공존공생과 관련된 문명사회의 덕에 대한 판단과 관계맺어 왔다. 하지만 이는 취미판단을 다수결로 한다거나, 공통감각이 ‘상식’에 기반한다거나, 경세치용이나 이용후생에 기여하는가를 통해 예술을 판단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칸트가 ?판단력비판?에서 견지한 취미 판단과 숭고의 개념은 이러한 흐름의 한 꼭지점에 해당한다. 개별적인 것과 다양성을 보편적 원리로 환원하거나 적용의 영토로 간주하지 않고, 개별자를 개별자 자체로서 다루면서 거기서 인류의 공존공생에 기여하는 탁월함을 찾아내는 데 있었다. 그래서 숭고가 예술을 벗삼으며 계몽을 향해 도약하는 순간을 꿈꾸는 근대 예술비평은 종종 탁월한 예술에서 지복의 삶을 예감하곤 했고, 스스로의 언어의 거처를 ‘탈월함’(arete)과 정치(polis) 사이에서 잡아 왔다. 물론 거기에는 ‘아름다운 삶’이라는 유토피아 뿐 아니라, 정치의 미학화로 나타난 파시즘의 어두운 그림자 역시 존재한다.

그렇다면 ‘별점’과 ‘박스오피스/베스트셀러’의 미학정치가 지배하는 바로 지금, 어떻게 다시 경제 환원주의와 사적 관심들로부터 공적 영역을 보호하고, 삶의 진정한 의미에 가닿는 탁월한 예술을 지지하는 일이 다시 가능할 수 있을까. 사적 관심과 경제적 이익을 넘어 존재하면서도, 공공성을 담보한 탁월한 예술의 자리는 어디이며, 그것은 어떻게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대중의 취미와 다수결의 원칙이 예술 전반을 지배하는 듯 보이는 오늘날 새롭게 되물어져야 할 질문이라 할 것이다. 문학과 관계된 가장 크고 광범위한 학술단체로 6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한국비교문학회에서는, 정치와 예술, 공공성과 문학이라는 논제를 ‘탁월함’이라는 우리 시대의 오래된 화두로부터 다시 질문하는 기획을 새롭게 마련하였다. 관련 지원 단체와 여러 학자들의 지원과 관심을 기다린다.